이주 兒童 외면하는 '多文化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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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24 01:56 조회1,993회 댓글0건본문
朝鮮칼럼 The Column] 이주 兒童 외면하는 '多文化 한국 사회'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주 아동도 차별없는 대우' 담은 법안 지난 연말 국회 발의, 인권위·UN도 같은 요지 권고
안정부 아동정책기본계획은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아… 國力 극대화하려면 再考해야
세계가 좁아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더 커졌다. 언제부턴가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좋은 일보다 궂은 일, 찬사를 보낼 일보다 눈살 찌푸리게 할 일이 더욱 주목받는 법이다. 그게 큰 나라의 운명이고 책임이기도 하다. 여의도 국회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싸움, 날치기 통과, 최루탄 투척 등 각종 볼썽사나운 행태가 국제사회에 중계되는 '선진 한국' 의회의 모습이었다. 국회의사당을 직접 찾는 소수의 외국인도 은근히 이런 난장판 쇼를 기대하곤 했다.
근래 들어 확연하게 달라졌다. 적어도 물리적 폭력은 여의도 일상에서 사라져가는 듯하다. 다행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의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이다. 특히 국제 규범을 어떻게 국내 법제(法制)에 구현시키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래전부터 유럽연합 의원들은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이 발의되었다.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권고한 내용이다. 이주민 출신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 발의자인 것도 상징성이 강하다. '완득이 엄마'를 국회의원으로 만듦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적잖은 점수를 얻은 한국이다. 법안의 핵심은 이주 아동에게도 교육·건강·체류·보육·복지 서비스 이용에 차별 없는 보장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함께 서명한 23명의 여야 의원 중에 다선(多選) 중진도 여럿 눈에 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같은 요지의 권고안을 낸 바 있다. 국제 인권 규범의 국내 정착이 중요 업무의 하나인 인권위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2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좀 더 강력한 권고안을 냈다.
법무부 통계로는 2013년 현재 19세 미만 이주 아동은 약 9만7000명이고 그중 5000여명이 '미등록' 상태라고 한다. 시쳇말로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다.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가 국제 인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남북한을 포함하여 UN 회원국 거의 모두가 가입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은 부모의 죄책이 자녀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유념할 의무를 지운다.
정부는 이 협약과 아동복지법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15~2019)'의 수립에 나섰고 4월 초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안(試案)을 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17세 이하의 모든 아동'이 대상이다. 그러나 교육·건강·안전·문화, 그 어느 범주에도 '이주 아동'은 명시되지 않았다. 국제적 기준과 상례(常例)에 어긋난다. 애초 초안에 담겨 있었으나 법무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뺐다는 주무 부처의 변명이라고 한다. 설마 하면서도 강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제 인권의 가장 큰 장벽은 법무부다. 국가 안보와 치안 유지, 그리고 애국심을 명분으로 국수주의로 치닫기 십상인 게 법무부다. '인권의 수호자'로 자처하나 많은 경우 오히려 '인권의 탄압자'가 된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결사코 반대한 법무부였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 아래서도 정부안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인권위가 설립된 것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아동은 장래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우리는 이미 다문화·다인종 국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인류사를 통틀어 이른바 '제국(帝國)'은 모두 다민족·다문화 국가였다. 큰 나라의 미덕은 인종·종교·문화적 배경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같은 국민으로 품어 안는 데서 빛난다. 그래야 국력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선진국은 다민족·다문화 국가이다. 예외에 속한다는 일본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폐쇄적 국수주의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땅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언젠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설령 이 땅을 떠나도 재외동포의 정서를 가지도록 대해야 한다. 미국의 선례가 있다. 일단 몸이 국경 안에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영주권자나 시민이 된다는 전제에 서서 모든 정책을 수립한다.
이주 아동을 외면·멸시·차별하면 대한민국 땅에 '이등(二等) 인간'을 양산해 낸다. 그러면 후일 사회 갈등의 중대한 원인을 만든다. 설령 이들이 나라 밖으로 떠나거나 추방되어도 평생토록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키울 것이다. 안에 두고 차별하면 문제아가 되고, 강제로 쫓아내면 외적(外敵)이 된다.
이주 아동을 외면하는 '아동정책기본계획', 법무부의 단견과 주무 부처의 무소신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재고(再考)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들어 인권 상황이 급격하게 후퇴했다는 강한 비판을 받는 대한민국이다. 이래서야 결코 땅덩이는 작지만 큰 나라, '선진 한국'이 될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주 아동도 차별없는 대우' 담은 법안 지난 연말 국회 발의, 인권위·UN도 같은 요지 권고
안정부 아동정책기본계획은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아… 國力 극대화하려면 再考해야
세계가 좁아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더 커졌다. 언제부턴가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좋은 일보다 궂은 일, 찬사를 보낼 일보다 눈살 찌푸리게 할 일이 더욱 주목받는 법이다. 그게 큰 나라의 운명이고 책임이기도 하다. 여의도 국회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싸움, 날치기 통과, 최루탄 투척 등 각종 볼썽사나운 행태가 국제사회에 중계되는 '선진 한국' 의회의 모습이었다. 국회의사당을 직접 찾는 소수의 외국인도 은근히 이런 난장판 쇼를 기대하곤 했다.
근래 들어 확연하게 달라졌다. 적어도 물리적 폭력은 여의도 일상에서 사라져가는 듯하다. 다행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의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이다. 특히 국제 규범을 어떻게 국내 법제(法制)에 구현시키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래전부터 유럽연합 의원들은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이 발의되었다.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권고한 내용이다. 이주민 출신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 발의자인 것도 상징성이 강하다. '완득이 엄마'를 국회의원으로 만듦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적잖은 점수를 얻은 한국이다. 법안의 핵심은 이주 아동에게도 교육·건강·체류·보육·복지 서비스 이용에 차별 없는 보장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함께 서명한 23명의 여야 의원 중에 다선(多選) 중진도 여럿 눈에 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같은 요지의 권고안을 낸 바 있다. 국제 인권 규범의 국내 정착이 중요 업무의 하나인 인권위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2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좀 더 강력한 권고안을 냈다.
법무부 통계로는 2013년 현재 19세 미만 이주 아동은 약 9만7000명이고 그중 5000여명이 '미등록' 상태라고 한다. 시쳇말로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다.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가 국제 인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남북한을 포함하여 UN 회원국 거의 모두가 가입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은 부모의 죄책이 자녀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유념할 의무를 지운다.
정부는 이 협약과 아동복지법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15~2019)'의 수립에 나섰고 4월 초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안(試案)을 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17세 이하의 모든 아동'이 대상이다. 그러나 교육·건강·안전·문화, 그 어느 범주에도 '이주 아동'은 명시되지 않았다. 국제적 기준과 상례(常例)에 어긋난다. 애초 초안에 담겨 있었으나 법무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뺐다는 주무 부처의 변명이라고 한다. 설마 하면서도 강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제 인권의 가장 큰 장벽은 법무부다. 국가 안보와 치안 유지, 그리고 애국심을 명분으로 국수주의로 치닫기 십상인 게 법무부다. '인권의 수호자'로 자처하나 많은 경우 오히려 '인권의 탄압자'가 된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결사코 반대한 법무부였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 아래서도 정부안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인권위가 설립된 것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아동은 장래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우리는 이미 다문화·다인종 국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인류사를 통틀어 이른바 '제국(帝國)'은 모두 다민족·다문화 국가였다. 큰 나라의 미덕은 인종·종교·문화적 배경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같은 국민으로 품어 안는 데서 빛난다. 그래야 국력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선진국은 다민족·다문화 국가이다. 예외에 속한다는 일본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폐쇄적 국수주의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땅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언젠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설령 이 땅을 떠나도 재외동포의 정서를 가지도록 대해야 한다. 미국의 선례가 있다. 일단 몸이 국경 안에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영주권자나 시민이 된다는 전제에 서서 모든 정책을 수립한다.
이주 아동을 외면·멸시·차별하면 대한민국 땅에 '이등(二等) 인간'을 양산해 낸다. 그러면 후일 사회 갈등의 중대한 원인을 만든다. 설령 이들이 나라 밖으로 떠나거나 추방되어도 평생토록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키울 것이다. 안에 두고 차별하면 문제아가 되고, 강제로 쫓아내면 외적(外敵)이 된다.
이주 아동을 외면하는 '아동정책기본계획', 법무부의 단견과 주무 부처의 무소신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재고(再考)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들어 인권 상황이 급격하게 후퇴했다는 강한 비판을 받는 대한민국이다. 이래서야 결코 땅덩이는 작지만 큰 나라, '선진 한국'이 될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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